161020
뉴욕에서의 시간은 사진은 없고 기억만 있다
나와 수영이가 어렵게 가서 오랫동안 봤던
록펠러 센터에서의 야경
혼자 여행하는게 두번째인데, 두번 모두 뉴욕을 오니
뉴욕에서는 내 사진이 많이 없다. 어렴풋이 기억하는 몇군데를 찾아가보는데, 예전의 그 느낌과 많이 달라서, 혼자 멍때리고 앉아 그때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신기한건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는 것, 특히 록펠러 센터에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 습했던 그 여름밤을 간혹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그 때의 바람, 그 느낌, 우리가 앉아있던 곳 그 분위기 같은 것들이 너무나 잘 떠올라서 우리가 이곳에 왔던 것이 그렇게 오래된 일인가 싶을 정도 이다.
어릴적 나는 고흐보다 르노아르를 좋아했고, 클래식한 뮤지컬보다 재즈풍의 시카고를 좋아했으며, 하루종일 에너지가 넘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지금은 사람이 주가되는 르노아르보다 고흐를 사랑하며 모네의 작품을 좋아한다. 클래식한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하고,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는 외로운 상태를 즐긴다.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화내지 않아도 되니까. 예전엔 여행이 새로운 것을 접하기 위함이었다면(사람도) 지금은 혼자 있기 위해서 인듯, 비우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래서 모네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모네 작품은 평온하니까. 가만히 앉아 빛을 관찰하는 모네를 상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그 평온한 풍경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뀌었을까,
가만히 외로움을 즐기는 나도 나름 괜찮아 보인다.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갖고 싶은 내 모습이었으니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의에 의해서 스스로 외로워 하고 싶을 뿐이지만, 어쨌든, 뭐 괜찮지 않은가. 아닌가, 아, 사실 잘 모르겠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좋지만 그런 내면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일까. 지금은 이렇게라도 한 숨 돌릴 수 있다면 너무 너무 행복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까.
다시 돌아가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