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12
1. 세번째 꽃꽂이
동그란 모양의 오아시스에 하나하나 꽃았는데,
선생님이 쉬다오니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와서 이틀뒀더니
아네모네가 너무 빨리 시들어버려서 아쉽지만,
꽃을 두고 보는 일은 마음이 좋아지는 일,
하나하나 꽂을 때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차분하지 못한 성격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
좋아 하는 일,
2.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다
상식적으로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내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요즘은 전체적으로 비상식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기적인게 당연한게 되는 사회,
욕심을 부리는게 자랑이 되는 그런 문화
다 같이 천박해지는 것 같아서 별로다
내가 돈이 있어서 내 돈으로 하는건데,
우리 부모님이 능력이 있어서 그 덕좀 보겠다는데,
너때문에 내가 손해보는건 싫으니까
브렉시트 부터 시작해서, 최순실 사건,
그리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까지
이런 생각들이 뿌리가 되어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것을 탓하기엔 세상이 너무 살기 힘들어서
누구를 탓하기엔 어려운 세상이다
이미 나 역시 조금 편하게 살기위해
살짝 비겁함을 택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양보하면 더 좋을텐데
사람들은 손해보기 싫어하고,
그래서 예민하고 곤두서있고,
내가 피해주지 않으니 너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이런마음들이 커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어찌됐든, 모두가 양보해서
조금만 더 따뜻해지길
3.
은지결혼식이 있었다
속시끄러운 일이 전날에 있었지만,
그래도 밤새 글을 쓰고 새벽같이 내려갔다
급하게 썼지만 생각보다 은지가 많이 감동해서
이것밖에 도와준게 없어 미안하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하루였다
은지에게 쓴 글,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주인공인 너무나 아름다운 신부의 친구,
김은아 라고합니다.
먼저, 오늘 먼 걸음을 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친구를 대신해서
감사드린다고 전해드리고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두사람에게 소중한 날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것 또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손을 잡고 서 있는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10년전에 처음으로 영우오빠를 소개 받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그떄, 저도 조금 긴장했었는데,
지금도 두 사람의 기분이 그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 그 때 보다 훨씬 떨리고 두근 거리겠죠?
제 친구 은지는
제가 참 존경하고 많이 의지하는 친구입니다.
저희는 고등학생때 처음만났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 친구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였습니다.
스무살을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생각이 풍부해지고,
아마 영우 오빠를 만나 또 밝고 유쾌함이 더해졌고,
좀 더 다양한 색을 지닌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십대를 보내고 지금,
제가 생각할 때,
은지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내면이 단단하고, 자기 중심이있고
생각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쌓는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은지는 저랑 다르게 쌓는것을 아주 잘하는 친구입니다.
물론 인생에서 일이나 실력을 쌓는 것도 되게 중요하고 그것 또한 야무지게 잘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을 쌓거나,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믿음을 쌓는일도
한번에 하려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소중하게 쌓아갑니다.
뭐든 한번에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잘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관계도 10년이라는 시간 만큼 단단하게
둘만이 느낄수 있는 믿음과 사랑이 쌓여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을 때 느꼈던
처음의 풋풋함과 설렘,
그리고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연애할 때의
애틋함과 소중함, 신뢰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앞으로 어떤 문제가 생겨도 현명하게 이겨내고,
좋은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하는일이
쉬운게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제일 아끼는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되니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제가 더 뿌듯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영우오빠,
앞으로도 은지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줬으면 좋겠어요
은지도 오빠한테 배려하고 둘이 많이 사랑했으면 좋겠어
저희 고등학교에서는 매해 15년 후를 씁니다.
우리가 15년 후에 적은 일기처럼,
자기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따뜻하고, 보람되고, 충만한 기분으로 살아가고
저녁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이야기하고,
주말에도 가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을
앞으로 두분이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가득있길 기원합니다."
4. 그사세를 다시보고 있다
다시보니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삶을 살아가다보니 이해되는 부분이 더 많아진다
무섭다 나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모르고 있을까
" 모든 드라마의 모든 앤딩은 해피앤딩 밖엔 없다고
어차피 비극이 판치는 세상
어차피 아플대로 아픈 인생
구질 스러운 청춘
그게 삶의 본질인 줄은 이미 다 아는데,
드라마에서 왜 굳이 표현하겠느냐 "
7년이 지난 지금 이해가 된다
근데, 그게 진짜 삶의 본질인가요 ?
아니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