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 2017. 4. 23. 17:41





"니네 아빠가 결국 반차 쓰고 엄마랑 같이 창원가서, 결국 문재인이랑 악수를 두번했단거 아니야"


전화기 너머로 엄마가 아빠 못말린다는 듯, 아빠 이야기를 한다. 단어 사이사이로 애정이 가득하다. 어제 저녁부터 가족 카톡방에 문재인이랑 함께 찍은 아빠 사진으로 도배가 되더니, 역시나 아침부터 엄마가 전화와서는 문재인 후보를 실제로 만나서 어제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악수를 두번이나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얼마나 좋아하던지 애들이 가수를 그렇게 쫓아다니는거, 니 아빠보니
엄마는 이제 이해한다니까"

엄마는 아빠를 보니, 애들이 가수 좋다고 따라다니는게 이해가 된다고 하셨다. 우리 아빠는 그만큼 좋아하는 일에 꽂히면 열정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고, 지금은 그를 따르던 문재인으로 옮겨 갔다. 어려운 시절을 자라온 아빠는 자기 삶을 위해 소리를 내어주는 것이 고마워 아직도 자기 삶처럼 성실하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엄마는 이런 아빠를 보면서, "저 나이에도 저렇게 좋아하는게 있고, 그걸해서 즐거워하고 열정적이고, 그래서 나는 그게 좋아" 라고 말했다. 엄마는 쳐져있는 아빠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있는 아빠를 보는게 기운이 난다고 하시면서, 같이 아빠를 따라 창원에가고 사진을 찍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나는 두분이 이렇게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이 좋다



엄마 아빠는 금슬이 좋다. 안좋은 줄 알았는데, 연애를 해보니 30년을 같이 지내고 지금도 잘 지내는 걸보면, 이정도면 금슬이 되게 좋구나 싶다. 어릴 때부터 종원이랑 내가 기숙사에서 지내서 그런지 두분이 서로 의지를 많이 하신다. 둘이 놀러도 자주 다니고, 둘이 전주에 가서 한옥에 자기도 하고, 맛있는걸 먹으러 다니기도하고, 그런걸 보고 있으면 나는 자식인데 왠지 흐뭇하다. 엄마랑 아빠가 가끔 카톡에서 다투는데, 너무 별거 아니고 사소한 말다툼 이다. 가령 엄마가 차를 사고 받은 공짜 호텔 쿠폰을 써보고 싶어 가족방에 얘기하면, 아빠는 "맨날 놀생각!" 이렇게 타박하신다. 엄마는 그 말을 되받아 "공짜지 않소!" 라고 말하는데, 두 분 말투도 재밌고, 나는 사실 음성 지원이되서 혼자 보다가 너무 귀여워서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웃는다.



나는 딸이지만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다음에는 운전해서 꼭 여행같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