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 2018. 8. 30. 23:15







현실에 발을 딛어 보기로 했다. 조금 더 깊이 현실에 들어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남들처럼 진짜 살아보기로 결심했으니까, 빚을 지고, 집값이 떨어질까 오를까 매일 궁금해 하며, 한국에 이제 정말로 발이 묶인 그런 날. 홀가분하게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일은 없겠구나 하고, 음- 이제 떠나려면 이 집을 팔아야할까 하며, 뭐 그런 생각을 했다. 그치만 내가 사는집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내 맘도 바뀌겠지 싶어서 쉽게 떠날 수 없음이 아쉽지만, 그치만 settle down 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감 덕분에 오랜만에 들렸던 반가운 학교와 내가 제일 좋아했던 길, 자대는 여름이 제일 매력적이다. 자대의 여름은 초록 초록해서 다른 계절보다 내가 좋아했더랬다. 급작스럽게 들렸는데, 반가웠다. 우리는 다 변했는데, 너는 아직 여전하구나- 고향친구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해보는 인감도장 만들기, 인감증명서, 계약서, 등기, 세금내기 등등 이 모든걸 클리어 하니, 게임에서 레벨을 높이듯 하루만에 나는 어른의 세계로 레벨업 되었다. 낭만적이던 내 세계를 현실의 색으로 채색하듯이 나는 선명하게 덧칠해졌다.


이제 반정도 일이 끝났고, 또 다시 반이 남았다. 나머지 반을 끝내고 나면 이제 내눈에도 하늘과 바람과 별을 보는 대신 다른 눈이 생기려나. 계약이 끝나고, 모교에서 붙은 대자보 때문에 수영이가 연락이 왔더랬다. 우리때는 저런 말 못했는데 후배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다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아침부터 동사무소에 각종 서류때문에 지친 나는 적당히 이야기하고 말았다. 예전 같았으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했을 이야기를, 나 오늘 너무 힘들어서- 하는 말로 마무리 했다. 대자보와 계약서. 이 중간은 대체 어느쯤일까. 마음을 다치는 일들에 예민함을 유지하면서, 세상을 견뎌내는 건 너무 힘든일일까. 내 세계가 계약서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두려웠다. 계약서에 썼던 수많은 내이름만큼 그쪽으로 가까워진 것 같았다. 내 눈에도 하늘이 땅이 돈으로 보이는 날이 오게 될까. 뭐 여튼, 오늘은 오늘에 집중한다! 오늘은 계약하는 날이었고, 잘 끝냈으니 수고 했어!


같은 마음인지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보고 나도 엉엉 울었다 잘했어 잘했어하고 - 수고했엉

멜랑꼴리하다 요상해 요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