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19
유언은 아닌데,
Alaska에 갇혀 야밤에 쓰는 그냥 일기
이런 경험은 또 없으리라 생각하며-
아침부터 기운이 이상했다
첫날 돈을 아끼려고 오랜만에 공항에서 잔터라
5 시간이나? 한시간에 60불을 번다고 생각하자
하며 10년전 시애틀 이후로 오랜만에 노숙을 했다
그리구 whittier에 바로가서 빙하를 보고,
렌트를 할지말지 고민하다가 그래 하자! 내일 일단 뭘할 모르니까 렌트를 하자! 싶어 질렀는데,
Whittier에서 신청한 투어가 바로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해서 공항에서 신나게 내렸다! 이로써 20불은 아꼈다고,
머릿속으로 숫자 계산을 하며 딱 24시간만 렌트를 빌렸다 아침에 5시에 출발해서 투어를 가야지 하며 돈계산을 계속했다
새벽 네시에 깼을때는 유난히 바람이 불었다
10층이라서 그런가, 알레스카는 그런건가. 소용돌이 치듯이 바람이 불었고, 잠에서 깼지만 전날 무리 했던 터라 몸이 말을 안들었다. 그냥 일어나기 싫었던것 같기도 하고. 여튼, 그래서 그냥 투어를 포기하자 하고 맘대로 10시쯤 일어나 조식을 먹고 11시에 출발했다. 4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중간에 포기할까 하다가 끝까지 가보자 해서 디날리에 가는길에,
산불이 난걸 봤다. 음- 가면 안되려나 돌아올수는 있을까? 하는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계속 가는걸봣다. 소방관들이 유도해주고 한줄로 양쪽 차선이 기다렸다가 한줄씩 한줄씩. 곧 꺼질 불인건가?? 하며 일단 나도 출발 했는데, 불이 있던곳을 조금 지나니까 디날리가 보였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디날리. 숭고하고 고귀한 디날리.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가 길 끝에 보였다. 그 장면을 봣는데 핸들을 돌려 뒤로 가는건 너무 어려웠다.
계속 운전을 해서 디날리 국립공원을 지났고, 생각했던대로 5시 30분에 출발했다. 도착시간은 딱 10시. 주유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과속을 했다. 경찰차가 엄청 무서운 쉐보레 머슬카를 타고 나를 쫓아왔다. 나인가? 내앞에 하얀차를 보며 난 따라왔는데, 갓길로 세우라 하여 세우니 벌금이 320불 내가 90 마일로 달렸단다. 말도안돼 난 초보자인데? 하며 떼를 썼지만 택도 없었다.
짜증나지만 내가 잘못해서 할말도 없었고, 너무 돈이 아깝다 하며 그래도 이제 1시간이 남았으니 렌트카는 제 시간에 반납하겠지? 그건다행이다. 하며 속으로 그 판사한테 눈물을 흘릴법한 편지를 영어로 어찌쓸까 하며 장문을 하고 있었다. 근데 차가 막 막히는게 아닌가?! 막히면 안되는 곳에서. 옆을 보니 관광차 15대가 주유소 옆에 잇었다. 오잉 모지!? 하며 줄을 섰는데. 아침에 난 불이 더 커져서 길을 block했다는 거다. 오마이갓,! 나는 지금 렌트카를 10시 반납하고 12 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밥한끼 안먹고 운전만했다고, 거기다가 미국와서 영화처럼 딱지도 끊겼는데 하필이면 오늘?
그 순간 용이가 전화와서 딱지 끊긴거랑 돈 아끼려고 노숙한이야기 이런걸 해줬다. 처음엔 경찰욕을 하다가 두번째는 아침에 길이 하나밖에 없는데 나를 디날리로 보낸 소방관을 욕하다가. 렌트카 시간이 지나고 비행기가 떠나니 현실적으로 회사가 두려워졌다. 회사 어쩌지? 출장중엔 이런거 하면 안되는데.. 내잘못이라며 가서 꼬지를 마크가 생각났다. 일단 내가 믿는 진용선배랑 아부지께 연락을. 아빠는 전화 안받으시고, 진용선배는 니 일이니 니가 해결해야지. 하며 선을 그으셨다. 이 말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혹시나 내가 문제가 생기면 나는 상관없고,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게 없다. 그리고 난 주재원과 애플에게 알리라고 했다. 뭐 알고 있고, 선배는 커리어에
티끌하나 안 묻히고 싶어하는 분이니. 칼같고 상황을 잘 이용하는거는 아는데, 근데 뭐 이런거 알고 발견할때마다 섭섭하다. 물론 나한테도 이런식으로 가르치시지만. 이렇게 해도 니 잘못은 없게 해야해. 다른 사람이 뒤집어 쓰게 해야해. 이딴식의 조언. 비양심적이다. 스스로 충분히 비양심적이라고 자기를 괴롭힐거 같아 두었다. 아니 그래도 후배가 갇혔다면, 괜찮냐는 말은 해야하는게 아닌가?? 인정머리 없다. 한두시간이면 끝난다고 했던 block이 5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또 5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대로다.
알레스카에서 팔자에도 없는 재난 영화를 찍고 있다
음, 저 문자를 받고 슬펐는데,
뒤에 몬트리올 아저씨랑 용이가 셔터도 같이 가주고, 전화도 해줘서 새벽 4시 지금까지는 잘 살아있다
일기도 쓰고 있도, 아깐 페어뱅크스로 돌아 12시간 걸려 앵커리지 가야한나 싶었는데, 다행히 내일 10시엔 적어도 도로 open한다니까 기다려야지.
그리고 돌아가서 비행기표를 다시사고, 가야지
내일 너무 늦으면 마크에게 말해야겠지?
그건 내일 생각해야겠다
지금은 너무 춥다
히터를 계속 틀어도 될지 모르겠다. 내 앞에 있던 한국인 부부는 베터리가 방전되서 싸우다가 페어뱅커스오 12시간 걸려 돌아 간다고 했다. 아까 앞집 부부가 베터리가 나갔는데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아줌마를 시켜서 전기 jump? 이거 알아 오라고 여기저기 확인 시키고. 정말이지 저런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베터리는 혼자 썼냐 하고 묻고 싶었다.
밤이 차고 달은 진짜 밝고, 별도 밝다
영화 터널이 자꾸 생각난다
살면서 이런경험을 또 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여기서 죽으면 안돼 마크한테 욕들으며 죽을 필욘 없잖아 살아서 가야지 나는 내가 지켜야지
용이가 그래도 연락온 타이밍이 딱 좋았다
힘이 났다 우리 사랑하는 백수, 너가 백수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용아 라고ㅋㅋ
소방관들이 너무 고생하니 빨리 open안한다며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다들 손해를 감수한다
멋진 툰트라가 보존되기를.
숭고한 디날리가 모두를 지켜주기를
아, 첨엔 유언을 쓰려고 했지!
최근엔 돌아보면 너무 일만 한 삶이었다. 특히나 요즘은 더 심했는데, 그건 그냥 개인의 욕심과 지기 싫음과 약간의 중독 증세?? 였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니면 사랑을 하지 않는 시간을 일 하는데 보냈다고 생각해도 좋고.
사랑을 하지 않으면 항상 불안했고, 분주했다
나는 그게 온전히 내가 아니라서 그런것 같다고 생각했고. 어떻게든 반쪽짜리 하트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일이든 사랑이든 뭐든. 나는 뭐든 완전한 상태를 추구하고 노력하니까. 그래서 바빴고, 주위 사람들한테 잘 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생각보다 잘한거 같고.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종원가 결국 내 옆에 남는 사람인데, 내가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아쉽다. 가까운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누구든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엄마 아빠 우리동생 할머니 모두 사랑해
후회를 하고 사는 성격은 아니라서 딱히 후회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가장 후회되는건 은지에게 다시 연락 안하는건데, 그건 은지대로 잘 지내고 있으니 역시나 다시 살았어도 그렇게 두었을거 같다. 그게 방식이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 했고, 싫은 사람한테는 싫어한다 했다. 순간 순간의 감정에 치우친 편이었지만, 거짓으로 삶을 산적은 없었다. 그게 내 자랑이었고 또 내 치부였으니. (조금은 거짓되게 살아도 되는것? 같다) 조금 더 유한 사람이 되었으면 할때도 있고, 밝았으면 할때도 있었다. 덜 사랑했으면 했을때도 있었고. 근데 감정이란건 나한테 너무 중요해서 회색 인간처럼 아무 느낌 없게 살수 없었다. 컨트롤 하는게 어려워 상처준일도 많았을텐데, 용서하고 싶다면 하고 아니면 그냥 두길. 내 감정만큼 남들도 중요하니까. 다만, 상처줘서 미안하단 말은 하고 싶다.
유언은 절박하게 써야하는데, 차안에서 히터가 나오니 절박해지지 않는다. 어려운일이 생기면 더 강해지는 편이라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보인다. 나는 괜찮고, 해결할거고 나를 지킬거다. 일단은 알레스카에서는 안죽을거 같다
동이 트고 있다 새벽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