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점많은 이상주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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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9

은아:) 2017. 4. 9. 12:55



"씨발, 왜 남에 인생에 간섭하고 지랄이야"


그떄 정확히 이런 말이었다. 내 공간에 이런얘길 쓰고 싶진 않지 않아서, 그리고 그 일을 다시 생각하는게 인생 낭비라고 생각되서, 생각조차 하기 싫었지만, 얼마전에 나한테 메신져로 말을 거는 것을 보고, 그 날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는 무슨일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고, 저 문장만 나한테 남아버렸지만. 


"씨발, 왜 남에 인생에 간섭하고 지랄이야"

내가 상처 받았던 말은, 저 앞에 "씨발"이라는 단어일까 아니면 "남의 인생에 간섭하고 지랄이야"라는 나의 행위에 대한 비난 때문일까. 소설 속에서 반항하는 주인공이나 하는 말인 줄알았는데, 그때를 생각해보면, 정확히 저 대사가 뇌리에 팍 꽂히면서 그 전에 했던 대화조차 기억이 안나고 그냥 싸움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 면전에 대고  "씨발? 씨발?!! 누군 욕을 안해서 못하는 줄아냐" "그런식으로 말하는거아니다" 뭐 이런 얘길했던 것같다.  길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싸운것 같기도하고.  집에와서 남자친구한테 전화하고 그 누구한테 상처받았을 때보다 더 펑펑 울었다.  어떤 사람도 나에게 그 만큼 상처준 적이 없었다.  소설속 주인공의 심리묘사처럼, 그렇게 엄청난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아쳤다가, 털어내버리기로 한 시점부터 그 일에 대한 생각자체가 증발해버렸다.  덧붙여 사과를 하는 나의 행동들이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 내가 편하려고 하는 행동이라는 비난도 있었기에, 그냥 나는 이 관계에서 out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만 내 에너지를 소모할래. 나는 하얀 수건을 던졌다.


"너는 내가 불행한걸 보고 안도감을 느끼지?, 비교하면서 나는 그래도 쟤보다 나으니까 하는 생각을 하잖아"

모든 사람 마음이 내맘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들었던 말들 중 몇가지는 가히 충격적인( 이것도 내 기준이지만) 말들이었다. 도와주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나를 보고 너는 안도감을 느낀다니.  분명히 내 마음을 분석해보면, 힘내라고 말했던 그 순간, 그 어두운 곳에서 꺼내주고 싶다고 위로한 말들을 사이에 "안도감"이 있을 수 있다. 까고 까고 분석해보면 그런마음이 결국에 어딘가엔 묻어있었겠지. 하지만, 매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오면 나도 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힘이드는데, 내 호의에 대해 그런식으로 생각하는게 안타까웠다. 불행한 가운데서도 비교를 하며 사는구나. 싶기도하고, 정말 내 말 사이에 있던 "안도감"을 스스로는 더 크게 느꼈을 수도있고. 근데 사실은 객관적으로 못하면 못했지, 나는 나을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떤걸 보고 그랬는진 알 수없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연결해서보면, 그 아이가 보는 나라는 사람은 도움을 주면서, 나는 쟤보다는 나으니까 하는 우월감을 증명 받는, 그러다가 도를 지나쳐서 남의 인생에 간섭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 맘은 그런맘이 아닐지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만해야지 맞는 것이고. 나 자신도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굳이 그런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건 걔가 아니라 나니까.  나도 내 마음과 에너지를 쓰고, 그런 피드백을 받고 싶진 않았다. 남의 인생에 간섭이라니. 내가 굳이 왜 누구좋으라고 내 힘을 들여서 그런 짓을 하는지. 면죄부에 대한 이야기도, 10년동안 기분나빴던 모든 일들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은 아닐텐데, 나만 사과했다고 나만 면죄부를 논하는게 좀 웃기기도 하고. 그럼 내가 10년동안 사과할동안 너는 무엇을 했는데? 싸우는 것 조차 낭비다.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 묻는 행위 조차 의미없다.


얼마전에 회사 메신져에 불이 반짝였다. 반짝 반짝. 내 이십대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냥 몇마디 하고 추억을 잡으렴, 좋게 좋게.  세월이 길었잖아. 반짝 반짝. 근데, 그냥 몇마디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런 오해들, 기분나쁨을 덮어버리고 잘지내는 척한다고 잘 지내는 것이 될까?  그런 말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용기를 냈을것이다. 분명 나보다 마음이 넓고 옹졸하지 않은 아이겠지. 하지만, 자존심 떄문이 아니라 그냥 또 내 에너지를 거기 쓰고 싶지 않았다. 옹졸하다 생각하면 그냥 옹졸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반짝 반짝. 그렇게 그냥 내 이십대를 보냈다. 반짝 반짝. 내 이십대의 친구는 살아있고, 우리는 즐거웠으며, 불행히도 지금은 죽어버렸다. 지금 그친구는 죽었다 생각하며 사는게, 결국엔 그 친구가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저그런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하는 결말보다는 더 나은것 같아서, 나는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 반짝거리는 불빛을 잡지 않았다. 안녕 내 스무살아


어떠한 관계든 문제가 생겼다면, 쌍방 과실이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내 기준, 상대방에 대한 기준이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행위에 대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를 위해 그만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고, 내 시간과 노력도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느낄 것이고. 그 이후로 나는 소셔러블한 사람보단, 좀 더 나와 내 가족에게 잘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러블리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진 못하겠지만, 에너지를 헛되이 쓰지는 않겠지.  반짝반짝하진 않지만, 은은한 빛을 내기 위해 오늘도 내 하루를 꾹꾹 눌러 쌓으려고 노력중이다. 무너지지 않도록, 잘 쌓으면 밝은 빛을 내지는 않지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거다. 그런의미로 엄마랑 아빠랑 종원이랑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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