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점많은 이상주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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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05

은아:) 2017. 5. 6. 00:13





'그래서 집을 하나 살까 하고'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도 집을 산다니 다행이라고 하려하다가 아무래도 이 말은 아닌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어떠한 말도 위로가 안되는 순간들이 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무슨 말을해도 위로 되지 않는 그런 순간들. "괜찮아"라던지 "잘될거야" 라는 말이 나 스스로도 도움이 될 것같지 않아 말해봤자 민망하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말 못하는,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해주는 그런 날이 있다. 너가 충분히 누구보다 착하게 살아왔던 시간들을 내가 알고있으니.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내는 것이 어렵다.  

  하필이면 왜 자기 인생에 이런일이 생겼을까 라고 친구는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마주할 일들에 대해 말하면서, 누구를 탓해야할지 모르는 이 애매한 상황 떄문에, 차라리 평생 미워할 수 있고, 탓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퍼센트 이해한다. 아니 얼마나 답답한지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거야 라고 생각할 만큼 이해한다. 이건 사고와 같은 일이었다. 나한테는 사고처럼 갑자기 펑 하고 생긴 일.  상대방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비효과 처럼 시초가 된 그 일은 나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사소한 일이였으리라. 그래서 뭐라 변명하기도 애매한 그런 일이었을거다.  원하지 않는 이별이란 항상 그런식이다. 상대방은 준비가 되었고 이유도 명확한데, 당하는 사람은 애매한 이유로 미워하기도 힘든 이 감정을 끝내야한다.  그래서 친구인 내가 해 줄수있는 말이라곤 "이별은 원래 그런거지 뭐" 이 정도의 말.  


 리트머스 종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 같은거.  지금 니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 같은게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히 말투나 분위기에서 다름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눈으로 보이는 증거가 없으니 헤어지기 싫은 내가 모르는 척 해버리면 없었던 일처럼 된다.  그러다가 사고 처럼 '펑'하고 한번에.  모른 척했던 모든 것들이 튀어나와 한번에 내 뒤통수를 친다.  나는 사고를 당했다. 당했다. 사실은 수동적으로 당한 것이 아닌데, 당한 것처럼 되었다. 누군가 차라리 법으로 정해줬으면 좋겠다. 이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터널 선샤인의 클레멘타인 머리색처럼, 지금 우리가 어디쯤 있는지 상대방에게 알려주라고.  깜빡이 키고 우회전하는 것처럼, 세번쯤은 크게 깜빡이를 키라고.  그래야 서로 서로 합리적인 이별이 아닌가. 


'정리할게 너무 없어서 그게 더 민망해'

  오년을 사귀고 결혼한지 이년이 된 친구는 혼인 신고를 안한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법적으로 우리 사이가 묶여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었을까. 라고 하면서.  일년동안 잡아봤지만, 결국엔 결혼 생활을 정리하기로 한 날, 둘이 정리할 것이 같이 살고있던 집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 이렇게 깨지기 쉬운 관계였을까. 우리가. 우리는 결혼까지 한 사인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겠습니다. 하고 다짐했던 우린데. 우리가 함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종이 쪼가리 한 장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허무하다. 반대로 헤어질땐 모두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니,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 기억하지 않는편이 나으려나. 생각해보니, 어느쪽도 별로인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관계가 허무할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증명조차 필요없어서 미뤘던 혼인신고인데, 그건 너무 당연했던 일인데,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많았던 마음들은 지금 어디로 다 사라졌을까. 인어공주가 거품으로 사라지듯 마음도 거품처럼 사라졌다.


  사람이 사는게 참 내 맘같지 않다는 걸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행복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며, 또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영원할 것 같던 불행의 터널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하고, 순식간에 나를 그 터널로 보내버리기도한다.  어느 순간 내가 부모가 되어있기도 하며, 어느 순간 혼자가 되어있기도 한다.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친구야, 너무 많이 슬퍼 하지말자.  누구보다 내가 너의 인생을 증명할 수 있으니. 분명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것이다. 니가 말했던 그 평범한 삶을 너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고, 슬픔은 잊혀지겠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을 견디는 것 뿐.  견디다 보면 또 다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니까.    



너를 위해 기도한다.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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