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점많은 이상주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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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5

은아:) 2018. 1. 15. 00:52



선생님은 계속해서 글을 쓰라고 하셨다.

글을 쓰는 일이 참 오랜만이다.  쓰기위해서 이 노트북도 새로 샀던 것인데. 작년에 지키지 못했던 일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왜 글을 쓰는 일을 미루게 되었을까.  왜 자꾸 생각만하고 발산하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내게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 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은 근 일년간 내 속에 있는 말들을 딱히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내 환경을 잘 이해해주는 친구의 부재와 너무 많이 달라진 친구들의 환경. 그 속에서 자꾸 작게 느껴지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게 참 힘들었던 것 같다.  들어줬으면 했던 내 전남친에게는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을 닫게 되었고.  그러고보면 참 작년에는 많은 일들이 겹쳤던 것 같다.  회사사람들한테도 쉽게 꺼내기가 어렵고.  그래서 외로움이 더해졌던 것일 수도. 

책상 위에있는 쌓여가는 책들도, 계속해서 듣는 음악들도, 새롭게 배우는 중국어도 내속에서 쌓여만가지 모두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더이상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쳤던 방어막이 나를 가두는 느낌이다.


어쨌든, 감정을 발산을 해야 내가 산다고 하셨으니, 나는 살기 위해서 계속해서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다. 


작년에 있었던 나에 대한 몇가지 변화들은 

 첫번째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정신이 많이 이상한건 아니고, 외로운데 답답하고 자꾸만 고립되어가는 자신을 그냥 두면 안될것 같아서?  그래서 내 발로 상담소를 찾아갔다.  몇군데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가장 나랑 잘맞았던 선생님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쯔음, 감정들과 말들이 실제로 나를 찌르는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넘겼을 많은 일들도 나는 더 예민하게 받아 들였고, 말 뒤에 숨겨져있는 무의미한 의미들을 굳이 찾기위해 노력했다.  의지할 사람이 없었고, 혼자 이겨내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더 단단해져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렇게 휘둘리게 될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몇번이고 옆에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누구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한명.  회사든 밖이든, 웃음을 많이 잃었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사라졌다.   다행히 지금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예전에 봤던 사주에서 처럼 20대에 바닥을 찍었던 내 운이 30대에는  점점 더 좋아지는 방향이라니 믿으면서, 현재가 지나가길 간절히 바래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더 좋은 날이 빨리오기를 바라고 기다리는것 뿐.  안좋은 것도 인생이고 좋은것도 인생이니. 

 두번째로,  나는 또 헤어졌다.  "나는 또 헤어졌다" 이렇게 글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나는 정말 마음 정리가 된것같기도 하고, 침대위에 누워서 도돌이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같은걸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않으면, 나는 홀가분해질텐데.  앞으로는 침대에 누워있지 말아야겠다. 특히나 잠이 안오는 날에는.  "우리는 또 헤어졌는데, 또 다시 사귀는지 헤어졌는지는 모를 그런 관계"가 되었다.  물론 나는 한번아니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었지만, 오는 연락을 막기에는 내 마음이 다부지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다부지고 단단해지자. 흔들리고 휘둘리지말고. 그러지 않기위해 여기 앉아서 글도 쓰는것이니.  나는 나대로 근사한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전남친과의 일을 구구절절히 기록하지 않는 것은. 이미 내가 그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이렇게 흔들고 불안하게 하면서 왜 나를 못믿냐고 하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까.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할까.  아직도 참으로 애매한 문제이다.  나를 생각한다면 좀더 명확한 의사표현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조금있으면 끝이 나겠지. 하며 기다리고있다. 썸타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면서. 


벌써 서른 두번째 1월이다.  나는 가정이 갖고싶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의지가 될 수 있는 가정.  내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뜨거운 사랑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가정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게 올해의 내 바램이다.  그런데 오빠가 참 나한테 그런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어떻게든 결판이 나기전에 한번 묻고 싶긴하다.  자잘한 여러 소원들도 많지만, 내년에는 가족들과 함꼐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무지 행복하게. 이렇게 힘들었던 시간들이 보상될만큼 눈물나게 행복하게.  그리고 근사한 사람이 되자.  예쁘게 말하고, 화사한 봄같은 사람.  뜬금 없는데, 요즘에 안준호가 가끔 생각난다. 겨울에 챙겨주었던 따뜻한 손난로 때문인지. 그때는 참 나한테 해주는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멋대로 잘해줬다 말았다 하는 사람보다는 갱이말처럼 안정적이게 항상 거리를 두면서 그자리에 있는 사람이 마음 편하긴 하다.  생각해보니 참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결혼도 했으니 앞으로 행복한 일들이 많기를 바란다. 

 또, 엄마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 퇴직하는 아빠가 많이 외롭지 않게. 마음을 많이 써서 올해는 최대한 잘해드리자!

사실은 나는 명확하게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 건강하고 화목한 부모님 그리고 동생.  내가 다가가면 받아주는 친구들. 좋아하는 것들을 배울수있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여유. 일년동안 이런것들에 참 감사하지 않으면서 살았다. 불행한것들만 도돌이표처럼 생각하면서.  충분히 행복한데 불행하다면서 벗어나고싶다고 했었다. 한 걸음만 떨어져 보기만하면 됐었는데.  글을 많이 쓰자.  글을 쓰니 행복해진다.  "안네의 일기"의 안네도 외롭지 않으려고 글을 썼을것같다. 밖에 나갈수도 없고 숨어만 살아야하는 그 시기에, 일기장에 모든것들을 털어놓으면서 긍정의 힘을 가지지 않았을까.  나도 미래의 자식한테 쓰고 싶은 말들을 써보아야겠다.  배웠으면하는 덕목에 대해 하루하루 다른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받았던 친절이나 타산지석으로 삼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글로 써두어야겠다. 갑자기 닥치면 생각이 안날 수도 있으니까. 


이만 자야겠다. 내일은 회사에서 할일도 많고, 회식도 해야하고, 그리고 태국도 가야한다.

푹 잘자고 좋은 밤 되길.  사랑하는 은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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