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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5th : 고석만 PD님 강의

은아:) 2008. 12. 15.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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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영상컨텐츠기획" 세미나?를 들을 때, 고석만 PD님의 강의를 들었던 적이있다. 고석만 PD님은 제1공화국부터 연출하신 분이고, "땅"이라든지 하는 정치 드라마들이 정부에 의해서 탄압받던 시대를 살았던 분.

  강의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었다. 정말로, (강의 듣고 우는거 첨이었는데)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알게끔 가르쳐 주셔서, 그리고 드라마 시작 하실때마다 느꼈던 우리 나라 언론의 과거, 좌절했던 이야기,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설레였고,의식을 가지고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기때문에, 나는 그만 눈물을 흘렸던 것. 

 어쨌든 넘 맘이 아프고 와닿고 힘들었지만, 그런사람들이 있기에 지금 이런 순간도 있는거같아서(요즘들어 언론의 자유가 많이 탄압되긴 했지만만 그래도) 그리고 '정치드라마'라는 것의 편견도 깨주신거 같고, 이런저런 면에서 참 좋은 강의였다  

 그리고 김기팔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도, 김기팔 작가님은 드라마 때문에 안기부에 여러번 끌려 가셨지만, 그때마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분이라고 한다. 드라마 "땅"이 제대로 나갔다면, 드라마가 종영되는 그 날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제 1회 민주 언론상 수상 소감(언노련신문, 1991.11.26)

 "왜 도대체 방송을, 그것도 일개 드라마를 무쪽 자르듯 중단시키는가?
  우리의 기성세대가 그렇게 자신없이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증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우리 기득권층, 더 좁혀서 우리의 집권층이 마치 도둑처럼 자신이 없어서(발이 저려서) 압력을 가해 온다는 생각이다 .

 드라마 "땅"을 준비하면서 고석만 연출과 나는 "이번엔 괜찮겠지"하는 생각을 헀었다. 비록 군출신이지만 직선 대통령 아래, 민주화를 말끝마다 내세우는 정부가 설마 '발이 저릴 리가 있으랴' 하는 생각이었다. 하도 당해서 웬만한 데는 속지 않는 우리지만 진짜 '이번에는 '이었다.

 첫회가 나갔다. 여기저기서 기분좋게 보았다는 연락이 와서 (그러나 일부 기득권층에 있는 측에서는 '표현이 좀 지나치지 않느냐'는 조심스런 논평도 해왔다) 드라마 "땅"이 성공하는구나 생각했다. 이즈음 뒤숭숭하기까지 한 땅투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주제가 먹혀들어가는 구나 , 차제에 그 심각성을 철저히 부각시켜 국민 각계층간의 위화감을 해소시키자는 의욕에 차 있었다. 표현문제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내용은 애초대로 밀고나가기로했다. 사실 땅투기로 인한 가진자와 못가진 자, 도시와 농촌,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한 좌우익간의 갈등은 우리 현대사에서 그리고 오늘날까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탄압이 오리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


그런데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송사 사장이 모처에 불려갔다' '방송사 공기가 이상하다' '방송위원회가 열려서 징계를 논의한다' 신문이 보도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방송위원회가 우스꽝스러운 논리를 내세워 '사과방송'조치를 내렸다. 사과하라니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이상한 문구의 사과방송이 나갔다.

 그러나 이것은 전주곡이었다. 14회 녹화를 앞두고 15회로 중단하라는 결정이 방송국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전 전권에서는 그래도 떳떳하게 중단을 통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방송국의 결정으로 '자진중단'하라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다. 출연진들도 들고 일어났고, PD연합회가 항의했고 각 신문도 전에 없이 양비양시론이 아닌 정공법으로 중단의 부당성을 지적했지만 '발이 저린' 사람들은 '이런 문제야 늘 망각의 그늘로 사라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중단을 강행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망각의 그늘 속에 묻혀 지내고 있는데 언론노련의 민주언론상이 우리 땅에 수여됐다는 소식을 듣고 '발이 저린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나라는 언제쯤 가야 정직하고 떳떳한 사람들이 이끌어가고, 언제쯤 가야 방송드라마 한편 편히 내보낼 수 있을까 "(작가 김기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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